알렉산더 럼시, 출처 앤 스플래시
요즘 틈틈이 김팔봉 선생이 평역한 수호지를 다시 읽고 있다. 수호전은 매우 고어한 소설이다. 현대 좀비물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매우 잔인하다.그 잔인함은 복수의 제사상에 사람의 머리와 간 덩어리를 올려놓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수호전의 잔인함은 삼국지의 잔인함과도 격이 다르다. 왜냐하면 삼국지도 잔인한 장면이 많은데 그 주 무대가 전쟁터다. 반면 수호지에서 일어나는 잔인한 사건은 주로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그 잔인함의 체감 정도가 훨씬 낫다는 느낌으로 강력하다.하지만 필자를 놀라게 한 부분은 따로 있다. 양산박 떼는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의기가 넘치는 자로 그려진다.그런데 그런 자신들도 불의를 자주 저지른다. 그들은 모순적이다. 안에 타인불과 다를 바 없다. 타인의 불의는 ‘살인’이라고 단죄하고, 자신들의 불의는 당연하다는 듯 넘어간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지다성, 오영이 흑선풍의 이규를 시켜 애꿎은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염공주동을 양산박 무리로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돌보고 있던 아이를 죽인 것이다. 지다성과 오영은 양산박에서 제갈량과 같은 두뇌 역할을 하는 자이다. 양산박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지시 아래 아동 살해가 이뤄진다. 그건 너무 극악무도하다.아동 살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악행이다.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 집단이 108호걸로 칭송받는 점이 충격적이다.수호전은 삼국지 서유기 김병매와 함께 중국의 4대 기서로 꼽힌다. 그런데 양산박 떼의 악행을 보면 기서의 ‘기(奇)’ 자가 ‘기이하다’는 뜻보다 ‘기괴하다’는 뜻에 더 가까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세트] 금팔봉 수호전 세트 (전10권) 저자 시내암 출판 문예춘추사 발매 2021.11.22。
[세트] 금팔봉 수호전 세트 (전10권) 저자 시내암 출판 문예춘추사 발매 2021.11.22。